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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, 책리뷰 파울로 코엘료

by 로드트리퍼 T 2025. 3. 22.

코로나로 인한 고열과 약진 속에서도 정신의 균형을 붙들기 위해 책을 붙잡았다.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<베로니카, 죽기로 결심하다>는 삶의 의미를 다시 되묻게 하며, 내면의 생각을 글로 기록해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다.

 

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, 책리뷰 파울로 코엘료
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, 책리뷰 파울로 코엘료

 

 

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던 나흘

코로나 확진 5일째. 고열과 근육통, 기침에 더해 약 알레르기까지 겹쳤다. 일상은 마비되었고, 책장을 넘기는 힘마저 없었다. 육체의 피로도 심했지만, 진짜 위기는 '무기력'이라는 감정이었다.

생각은 머릿속에 차올랐고, 글을 쓰지 않으면 곧 폭발할 것 같았다.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었다. 삶의 중심을 붙들고 싶었다. 결국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,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.

 

생각을 전달하지 못하는 외로움

<베로니카, 죽기로 결심하다>를 읽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. 이전에 읽은 여행 에세이 <지금 여기 산티아고>에서 이 소설의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. '미쳤다'는 것은, 단순한 병적 상태가 아닌,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정의.

  • 내가 아무리 말해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때
  • 표현이 부족해서 오해를 살 때
  • 세상과 단절된 듯한 외로움을 느낄 때

그럴 땐 정말 내가 외계인처럼 느껴진다. 말이 통하지 않으면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. 이런 감정은 MBTI 상 INTP나 INTJ와 같은 유형에서 특히 자주 느끼지 않을까. 말 못 할 경계인의 감정,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.

 

나로 존재한다는 것의 용기

이 소설은 한 여성이 죽음을 결심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. 처음엔 산만하고 지루하게 느껴졌지만, 중반을 넘기며 마음을 사로잡는다. 특히 다음 두 가지 메시지는 깊게 다가왔다.

  1. 개인으로서 나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말 것
  2. 살아야 할 이유는 스스로 찾아야 의미가 생긴다는 것

세상은 늘 정해진 방식의 삶을 요구한다. 하지만 그 기준에 얽매이다 보면, 정작 나는 어디에 있는지 잃게 된다.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. "너는 왜 살아가는가?" 그 대답은 결코 남이 대신해줄 수 없다.

 

소설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

책을 읽으며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는 사람들, 죽음을 마주한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떠올랐다. 그들의 이야기는 영웅담이 아니다. 일상에서 시작한 작은 변화의 연속일 뿐이다.

그리고 그런 작고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삶의 방향을 바꾼다. 나 역시 그랬다. 매일 글을 쓰며 자신을 기록했고, 그 글들이 나를 붙들어주었다. <베로니카, 죽기로 결심하다>는 소설을 넘어 내 인생의 거울이 되었다.

 

죽음을 기억하라, 그래서 지금을 살아라

‘메멘토 모리’, 죽음을 기억하라. 고대 로마 장군들이 승리 후 이 말을 되새긴 것처럼, 나 역시 삶의 한 가운데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다시 삶을 결심한다. 죽음이 삶을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.

코로나로 인해 무너졌던 몸과 마음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. 그 회복의 중간에 이 책이 있었다. 내면의 소리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고, 나라는 존재를 다시 중심에 놓을 수 있었다.

 

마무리 정리

<베로니카, 죽기로 결심하다>는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마주한 질문을 통해, 어떻게 나로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소설이다. 누군가에게는 소설이지만, 나에게는 이 책이 내 삶의 일기장이었다.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이다. 파이팅.